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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만화방 아가씨의 사랑이야기 (06편)


백수 : 야 이거 거절한거 아니지.. "아 예.. 스테키..그 뭐시라고요.. 울아부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그거 사드릴께요..하하. 그럼 안녕히 꼭 전화주세요." 야호.. 윽 기쁜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꼬마 자전거와 부딪쳐 걸려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걱정스러운지 깔깔 웃는다. 괜찮다고 꼬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냐..? 하하

만화방아가씨 : 이제 이 영화 대사까지 다외우게 생겼네.. 이번 주말은 문닫고 미장원이나 다녀와야겠다. 그녀석 나가고 나서 뻑소리가 났다. 뭔소린가 싶어 나가보았다.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끌며 개자식 쪽팔려 주껐다. 그러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석은 저기 멀리 날 듯이 뛰어가고 있다. 귀엽다.


백수 : 이틀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저녀석이 취직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구나 하며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 있는걸루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걸 모르시나부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만화방을 이틀동안 안나왔다. 좀 이야기 오래했다싶으면 그다음날은 꼭 안나오는거 같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주말이 자꾸기다려지는건...


백수 :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부지엄마만 찾는 전화다. 그런 사람 안산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에 왠지 그녀 음성같지않는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사람인디요. 라고 대답했더니.. "저지윤인데요. 저 아시죠" 그랬다. 앗 그녀다. 근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왠지 그녀목소리같지않다. 예전에 나한테 장난전화한 그 여자목소리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말은 내일 시간이 되니 보러가자고 그랬음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다고 그런다. 흑 매정한 사람... 그 소릴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괴로움에 괴성을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가 달려왔다. 좀 무안해서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잰다. 아 죽고 싶다.

만화방아가씨 :드디어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이녀석이 시큰둥하게받더니 내가 말을 끝마치기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인기다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 딸깍.
는데 하지만 특별히 아주단골이라 시간을 내보겠다라고 그럴려했는데.. 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무슨 개울음소릴 내더니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내일 극장앞에서 보기로 했다. 흠 자꾸 거울에 눈이 가는건 왜일까..?


백수 : 그녀가 다시 전화왔다. 갑자기 전화 왜 끊었냐고 뭐라 그런다. 순간 정신이들어 한자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앞에서 봐요. 오옴음..(감격의 울음을 애써참는 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 야..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당장 병원가잰다. 그소리가 내귀에 들어올리 없다. 내일 아침일찍 목욕탕엘 가야지. 내일 입고갈 속옷에서부터 양말까지 머리맡에 챙겨두고 그녀가 내꿈에 나타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백수 : 새벽에 해뜨자마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뜻하게 개인 아침 하늘아래 그영롱함은 내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다. 그녀에게 잘보이기 위해 난 목욕탕으로 간다. 지나는 사람사람이 모두 사랑스럽다.


만화방 아가씨 : 오늘은 다른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지금 만화방을 열자니 너무일찍다. 그래 오늘은 아예 문열지 말자. 몸도 나른한데 목욕이나 가야겠다.

백수 : 목욕탕안 모든 사람이 발가벗고 있다. 그래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벗겨놓으면 이렇게 다 똑같은 사람인걸.. 괜한 용기가 생긴다. 열심히 삽시다 여러분...! 괜히 소리질렀나..? 저기 어떤 꼬마가 "아빠 저아찌 백순가봐.." 그랬다. 그래도 사랑으로 들뜬 내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꼬마녀석이 오히려 귀얍다.


만화방아가씨 : 목욕을 하러 가는데 남탕쪽에서 백수 그녀석이 나왔다. 얼른 근처 전봇대 뒤로 숨었다. 다행히 그녀석이 반대방향으로 갔다. 후후 저녀석 자기가 깨재재하다는걸 이제사 느꼈나보다. 목욕을 하는데 그녀석 생각이 나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걸 보시던 어떤
할머니가 "새댁 남편이 잘해주는가보구려.. 좋을때지.."그런다. 우쒸 할머니까지 날 아줌마로 보다니.. 괜히 웃었다가 할머니 등만밀어 주었다.


백수 : 그녀가 극장앞 영화시작하기 한시간전에 만나자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데.. 4회표인지는 알겠는데 몇신지 모르겠다. 그녀가 표를 가지고 있으니... 에라모르겠다. 뭐 좀 일찌기 서두르자. 힘겹게 잡은 약속인데 늦을수야 없지..

만화방아가씨 : 오전엔 만화방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후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싶어 미장원을 갔다. 머리 손질도 좀하고 코팅도 좀 해야겠다. 기분좋은 토요일.. 여유로움속에 나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백수 : 영화관 앞 사람들이 많다. 이영환 종영이 이번주인데도 불구하구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들뜬 기분일까..? 극장앞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졸라 큰배 3회입장객들 입장해 주세요... 에게 이제 3회 시작하는가벼.. 할수 없이 근처 앉을 곳을 찾았다. 영화관 구석진 곳에 앉기 좋은 곳을 찾아가 앉았다. 그녀가 조금있으면 올텐데.. 이거쯤 못기다리랴.. 근데 시간이 넘 안간다.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에....생각하니 별루 없다. 긴장되던 맘도 시간의 여유로움때문이었을까..? 슬 잠이온다.

만화방아가씨 : 미장원에 손님이 꽤 있다. 내 차례를 기다렸다. 좀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내차례가 되어 머리손질을 받고 코팅젤을 발랐는데... 이게 왜이리 안마를까... 점점 약속시간이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해 졌다. 집에 와 나갈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시작전까지는 도착할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녀석 속이 엄청 좁은걸 안다. 도착해서 뭔소리 들을거 같다. 이그 화상아 조금 일찍 서두르지..


백수 : 그녀가 저기 멀리서 달려온다. 그리고 내품에 안긴다. 그녀의 맑은 눈에 내모습이 잠겨 있다. 이리와 지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아이 바보..움~(입내미는 소리)" 근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쳤다. 라거파는 놈이면 주겨버릴껴.. 그래서 엄청 짜증을 내며 쳐다보았다.

만화방아가씨 : 다행히 영화시작전에는 도착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각에는 한 한시간가량 늦었다. 그가 뭐라 그럴지 모르겠다. 그녀석을 찾았는데 없다. 이 속좁은녀석이 그냥 가버린거 아녀..? 근데 저기 어디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그래서 가보았다. 그녀석이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채 앉아 피사탑처럼 자구있다. 쪽이 팔림이 느껴져 온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녀석이 마니 귀여워 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럴려구 했는데. 우쒸 그러며 짜증을 냈다.
아마도 내가 늦은게 짜증이 났나보다.


백수 : 그렇게 꿀려고 노력을 해도 나타나주지 않던 지윤씨가 꿈에 나타났는데..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날깨우는겨..? 고개를 들었다. 눈이 확 뜨였다. 지윤씨가 내눈앞에 있는것이 아닌가..? 오늘따라 더욱더 화사하고 이쁘다. 근데 그녀가 왜 내눈앞에 있는거지? 주위도 너무 낯설다.. "지윤씨.. 여기 왠일이에요..?"

만화방아가씨 : 여기 왠일이에요? 한시간 늦은걸루 몹시도 심하게 삐졌나부다. 진짜 상당히 속이 좁은 놈이다. 그래도 내가 잘못한거니 할 수 없다. 늦어서 미안하다고그래야 겠다.


백수 : 아..맞다. 그녀와 영화보기로 했지. 그것도 잊어버릴정도로 깊이 잠들어었나부다. 지금이 몇시여..? 시계를 봤다. 맙소사 내가 세시간이나 잤단 말여..? 그녀를 보니 어이 없다는 표정이다. 날 많이 찾아 헤맨거 같다. 좀 찾기 쉬운데 앉아있을걸.. 이걸 어쩌나..? 빨리
사과를 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이제는 시계까지 쳐다본다. 니가 도대체 얼마나 늦은 건지 알어? 그렇게 묻고 있는거 같다. 저런 녀석한테 잘보일려고 내가 미장원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한걸까..? 짜증이 날려고 한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이 목젖까지 나오다 말았다. 근데.. 저녀석이 대뜸 조금은 더듬거리면서 여기 졸구 있는 나 찾느라고 많이 헤매지않았냐며 미안해 한다.
그리고 그냥 가버리지 않고 찾아 주어서 고맙다고 까지 한다. 나참... 바보라고 해야하나. 착하다고 해야하나..


백수 : 이거 첫만남인데.. 왜이러냐 화상아.. 처음부터 이런 백수이미지를 줘버리다니.. 싹싹 빌며 사과를 했다. 다행히 그녀가 화가 풀린거 같다.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휴... 그녀가 생각한 것 처럼 성격이 가스통인거 같지는 않다. 그냥 가버리지 않고 날 끝까지 찾다니.. 다행히 영화 시작전에 찾았구나. 다시한번 그녀가 사랑스럽다.

만화방아가씨 : 조금 황당하다. 그녀석이 먼저 사과를 하다니... 혹시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녀석 머쓱해 하는 얼굴을 보니 너무 순진해 보인다. 일부러 그러는거는 아닌듯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석이 왠지 사랑스러워 보였다. 웃음두 나구... 계속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괜찮으니까. 앞으로 그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구 그랬다.
좀 맘이 찔린다.


백수 :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맘씨도 착하구나.. 하하. 그녀가 날 위해 팝콘하구 음료수도 사왔다. 음 너무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 뻔히 다음장면이 뭐 나올지 아는 이 영화가 기대되는건 이녀석이 지금 내옆에 앉아 있기 때문일까..? 녀석이 팝콘을 혼자서만 먹고 있다. 광고보면서 저렇게 껄껄거리다니.. 결국 영화 예고편도 시작하기전에 그 많은 팝콘 다먹어치웠다. 분위기 없는놈...
영화같은데 보면 팝콘 먹다가 손이 겹치는 애틋한 장면도 연출되는데.. 먹어보라 소리도 한마디 안했다. 독한놈. 이럴줄 알았으면 두개를 사는건데 그랬다.


백수 : 그녀가 지금 내옆에 앉아있다. 뭔말을 하고 싶은데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팝콘만 주섬주섬 주워먹었다. 이거 디게 맛없네.. 이런걸 이천원이나 바다쳐먹는단 말여..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웃는다. 멋적어서 따라 웃었다.

만화방아가씨 : 이다음 장면이 찡한 장면인데 그녀석 표정은 과연 어떨까..?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하하. 사내자식이 징징짤려고 한다. 씩 그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이런장면에서 내가 웃으니까 이상하다는 듯 갸우뚱거린다. 좀 머쓱하구먼..


백수 : 너무 찡하다. 눈물이 날려고한다. 흠흑.. 그녀도 지금 눈물이 나려 할까..? 한번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쿡쿡거리다가 흠칫 놀라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징징거린게 저 찡한 장면을 완전히 압도해 웃겼나보다. 쪽팔려라..사내는 우는게 아닌가 보다.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 그때도 느꼈지만 여린면이 많은거 같다. 내가 눈시 울지었던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징징거릴려고 했다. 나올때 손수건을 말없이 건냈다. 근데 눈물닦으라고 준건데.. 이녀석이 자기뒷주머니에다 넣어버린다. 체면에 달라고 할수도 없고.. 비싼건데.. 하지만 별로 아깝지는 않다.


백수 : 그녀가 이쁜 손수건을 나에게 주었다. 무슨 의미일까..? 비싸보인다. 고히 간직하겠다고 속으로 말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에 더 좋은걸루 사다가선물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영화가 끝났다. 그녀석이 스테이크 먹으러 가잰다. 돈도 없는게.. 영화가 생각보다 길었다. 시간도 10시가 거의 다되어 간다. 이시간에 무슨 스테이크하는 데가 있다고... 근처에 그럴싸한 찻집이 있다. 다음에 스테이크 사라고 그러고 정 아쉽다면 차나 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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