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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만화방 아가씨의 사랑이야기 (02편)

백수 : 오늘은 양복을 쫙 빼 입고 만화방에 갔다. 만화방안에 있던 녀석들까지 날 쳐다본다. 이정도면 확실히 그녀눈에 띌게 틀림없다. 그녀가 자꾸 쳐다보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에 왠 양복입고 온 놈이 있다.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다.
만화방 안에 있던 녀석들이 조기 실업잔가 부다하고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녀석이다. 무슨 흉계를 꾸미는거 같다. 잘때 문단속 잘해야겠다.


백수 : 큰맘먹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볼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화책 뒤지는 척 그녀를 몰래 쳐다보기만 했다. 나약한 내 모습이 싫었다.. 계산할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돈만 홱 던져주고 도망치듯 나왔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가 만화책을 뒤적이며 날 쳐다본다. 오늘은 기필고 단서를 잡아내고 말거다. 근데 녀석이 나갈 때 만원짜리 던져주고 거스름돈도 안 받고 나가버렸다.
내가 오해한걸까..? 라면 사다 놓으라는 계시일까? 이상한 놈이다.


백수 : 오늘도 말을 걸지 못했다.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자꾸 만화책꽂이만 서성거리며 그녀를 훔쳐보기만 했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요즘 이상하다.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거 같다.
자꾸 만화책꽂이를 돌아다니기만 할뿐 책을 보지는 않는다.무얼 찾는거 같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야한 성인만화책.. 난 그러구 싶지 않은데.. 단골을 잃지 않을려면 할 수 없다. 내일 당장 구해다 꽂아놓아야 겠다.


백수 : 오늘 드디어 결심을 했다.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 앞으로 갔다.
그리고 "저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뻤다.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린건가..? 근데 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손으로 어디를 가리켰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엄청 야한 성인만화가 많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이 책들을 재밌게 본모양이다. 나도 재밌게 보라고 권유하는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많이 밝히는 여자같다.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깨질려고 한다.

만화방아가씨 : 그가 드디어 말을 걸었다. 좀 쪽 팔린가부다. 그럴만두 하지.. 그가 원하는걸 이미 준비해둔 나는 그가 더 이상 쪽팔리지 않게 하기 위해 손으로 그곳을 가르켜 주었다. 기쁜표정으로 짤래짤래 그곳으로 가는 그백수 뒷모습이 조금 귀여워보여 미소를 지어보여주었다.


백수 : 순수해보이던 그녀가 매일밤 혼자서 저런 야한 만화책을 쌕쌕거리면서 보는거같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어제도 저걸 밤이깊도록 본 모양이다. 오전부터 졸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녀를 좋아한다.

만화방아가씨 : 어제밤 늦게까지 음악에 젖어 소박한 사랑이야기를 꿈꾸다 잠을 못 이루었다. 몹시 졸리다. 졸고 있는데 그백수가 왔다. 그도 졸린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저런 눈은 왠지 음흉스럽다. 집에는 잔뜩 음란잡지가 쌓여 있을거 같다. 여전히 저백수는 경계심을 일으키게 한다.


백수 : 그녀를 생각하며 시한편 적었다. 애틋한 감정이 솟구친다. 밤에 그녀 만화방주위를 서성거려 보았다. 닫힌 만화방 창문사이로 작은 불빛이 비쳤다. 피곤한 하루를 접고 잠을 이루는 그녀만의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리라. 그녀는 오늘 무슨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까..? 별빛같은 미소를 머금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작은 불빛의 공간안에서 오늘과의 작별을 아쉬워 하고 있을것이다. 그 불빛을 뒤로 하고 그녀를 생각하며 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화방아가씨 : 변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나같이 이쁜 숙녀한테 하늘이 시기하며 내린 벌같다. 벌써 한시간째 화장실에 앉아 있다. 오늘은 꼭 성공 하리라 다짐하지만 여간 힘이 쓰이는게 아니다. 찡그린 얼굴때문에 주름살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백수 : 그녀가 오늘은 왠지 헬쓱해 보였다. 무슨 고민이 있는거 같다.
용기를 내어 힘내세요란 말을 남기고 만화방을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말을 남긴거 같다. 그녀가 내마음을 알아주어야 할텐데...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어제 변비땜에 고생한걸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같은 놈이다. 힘내세요? 분명 날 놀린 말이 틀림없다. 그가 요즘 좀 좋아질려고 했는데,
나의 아픈곳을 그렇게 매정하게 긁고 가다니.. 원수 같은놈..


백수 : 만화방에서 오늘 일곱개의 숟가락이란 만화를 보았다. 슬프고 진한 감동이 왔다. 세권을 읽었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고개를 들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쪽팔렸다. 사내자식이 만화책보며 운다고 놀릴것 같다.
부끄러워 고개도 못들고 계산을 하고 바로 나와버렸다. 다음부터 그녀 대하기가 어려워질것 같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그 백수가 만화책을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꽤 슬픈 만환가보다.
그녀석은 나갈때까지 그 책의 여운이 남았는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늘밤에 그 만화책을 보며 나도 울었다. 그 백수자식 생각보다는 여린면이 있다. 그녀석 얼굴이 떠올라 괜한 미소가 머금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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